올해가 고등학교 졸업 한 지 50년이 되는 해인데 이 글을 쓰게 돼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
76년 고등학교 졸업한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고향 미원 부모님 집으로 갔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나왔다가 3년 만에 짐을 싸가지고 부모님 곁으로 간 것이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별 말씀 안하시고 공부를 계속 하라고만 하시고 간섭을 안하셨다.
하지만 필자는 전에 자주 못 만났던 고향 친구들과 술 마시며 놀기에 바빴다.
그러던 2월 어느 날 갑자기 청주에 나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아버지께 청주 다녀 온다고 1,000원만 달라고 하니까 묻지도 않고 돈을 주셨다.
전 같으면 천원 달라고 하면 이 삼백원은 줄여서 주시곤 하시던 아버지신데 그 날은 다 주셨다.
아버지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 않은 어려운 환경에서 8남매를 가르치셨기에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고등학교 때 거주한 형님댁에 가기 위해 우암초등학교 승강장에서 내렸는데,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친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 래, 재수하면서 4월에 있는 공무원 시험이나 한번 봐 본다고 하니까, 친구가 원서 접수 했냐고 물어 아직 접수 안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니까, 친구가 큰소리로 오늘이 원서 마감일이라고 했다.
그 때 시간이 점심 무렵이었는데 친구하고 곧 바로 헤어지고 형님 댁에 가, 원서에 붙일 사진을 몇시간 동안 찾은 끝에 천만다행으로 학생 때 찍은 사진 3매를 확보했다.
그 때 사진이 없었으면 시간적으로도 안되기 때문에 미련없이 포기했을 것이다.
부랴 부랴 서둘러 택시를 타고 원서 접수장에 도착하니 마감시간 30분 전이었다.
그 후 다시 고향에 있다가 시험 당일 시험장에 가니 운동장에 동창생들이 그렇게 많이 보여 마치 동창회 하는듯 하여 반가웠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모여 시험 얘기를 하는데, 어느 한 친구가 영어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고 하여 몹시 당황이 되었다.
영어는 학창시절 누구보다 잘한 과목인데, 그날 출제된 문제는 평소 학교 시험에는나오지 않던 기초적인 문제들이라, 단어는 비교적 쉬운 단어지만 까다로운 문제여서,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고향에서 혼자 공부해서는 안될 것 같아 친구들 다니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 다니며 학업에 열중하느라 공무원 시험본 건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6월 어느 날 같이 시험 본 친구가 오늘 서울 신문에 발표된다고 하여, 친구와 같이 수동에 있는 서울신문 지국에 갔다.
당시는 지금처럼 부처별로 따로 뽑지 않고 총무처에서 일괄 모집을 할 때라 신문에 합격자 명단이 빽빽하였다.
대충 훝어보니 이름이 보이지 않아 떨어졌나 보다고 친구 보고 가자고 하니까, 친구가 자기이름은 없는데 다른 친구 이름을 찾아본다고 시간을 끌어, 어쩔 수 없이 기다리며 혹여하고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니 홍석원이란 이름이 확인되었다.
신문을 하나 사 들고 형님에게 보여드리니, 바로 미원에 가 아버지께 보여 드리라고 하였다.
형님은 형수님과 같이 생필품 장사를 하시면서 동생을 뒷바라지 해주셨는데,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크게 낙담하셨었다.
형수님은 그 바쁜 중에도 도시락을 하루 두개씩 싸 주시며 시동생에게 정성을 다하셨다.
형님은 동생의 합격에 친구분들에게 자랑하며 술을 사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버지에게 공무원 시험 됐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께서는 손뼉을 치시면서,'대학 나온다고 다 공무원 되냐'며 아주 좋아하셨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하고 자식으로서 뿌듯하다.
공무원 하라는 운명인지 그 후 대학 갈 생각이 사라져 다시 미원 고향으로 갔다.
미원에 가서 이젠 공무원 시험 됐다고 부담없이 놀러다니며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즐겼다.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던 바로 위에 형님은, 동생이 돈은 없고 외상으로 먹고 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친구들에게 동생 어디서 술 먹느냐고 물어가며 술값을 갚아 주시곤 하였다.
이 형님도 동생 공무원 시험 됐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융숭한 대접을 했다고 들었다.
이렇듯 우연히 만난 친구의 시험 정보 덕분에 운명처럼 공무원이 되어, 40 여년 동안 충 남북 여러 우체국에서 열과 성을 다하며 충실히 봉직하였다.
2026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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