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뤄왔던 책장을 정리하며, 그동안 보관하여오던 손때묻고 추억이 담긴 오래된 책을 아쉬운 마음 달래며 처분했다.
평소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습관 때문에 집이 지저분해진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내 집에서 떠나보냈다.
모으는 습관 덕에 2019년도에 청주시와 청주시 문화재단에서 시행한 개인 기록물 전시회 때, 공직 인사발령장을 비롯한 각종 상패와 명패 등 많은 기록물을 코너 한곳을 장식하며 전시하기도 했다.
책은 어려서부터 귀한 존재로 인식하며 생활한 탓으로, 다른 어떤 귀중품보다도 버리기가 아까운데 기성세대들은 공감하리라고 본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흔한 옛날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 당시는 대부분 학교 교과서 사기도 쉽지 않았다.
학년이 바뀌어도 새 책을 전부 사기가 부담되어, 위에 형들이나 이웃 선배들에게 빌릴 수 있는 건 빌리고 못 구하는 책만 겨우 샀다.
책을사면 표지가 닳지 않도록 겉에 표지를 덧씌우기도 해가며 깨끗이 쓰고 동생들에게 물려주려 안간힘을 썼다.
요즘은 책이 지천이고 참고서도 넘쳐나지만, 예전엔 참고서 사는 건 언감생심이었고 일부 상위계층만이 가능했다.
책을 소중하게 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부모님께서는 ‘책을 밝거나 마구 넘어 다니면 공부 못한다’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책 중에도 가장 소중하게 다루고 보관한 책은 단연 영어책이었다.
그 당시는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웠는데 위에 형님이 중학교 진학하면 다른 과목은 꼴찌 하더라도 영어만큼은 일등 하라고 하여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영어는 학창시절은 물론 군에서도 했고 직장 재직 시에도 계속하여 외국 연수까지 다녀올 정도로 영어공부에 심혈을 기울였다.
외국 연수 가는 시험 준비할 때는 직장 퇴근하고 영어학원 다녀가며 공부하고 잠을 독서실에서 자기도 해가며 최선을 다했다.
학창시절 영어 하면 학업의 전부일 정도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손때묻은 영어책은 버리기가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단 생각도 들었다.
영어책 다음으로 버리기 아까웠던 책은 승진시험 과목이었던 행정학책인데 손때가 많이 묻었고 행정학 공부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행정학은 공직생활 할 때 도움도 되고 참고가 되기 때문에, 책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왔는데 이제 때가 된듯하여 아깝지만 버렸다.
그다음 버리기 아까웠던 것은, 직장 재직 시 근무하였던 우리 지역의 명소에 관한 자료 모음이었다.
관광명소 자료는 명소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여 탐방 시 도움도 되고, 명소홍보의 글을 쓰는데 필요한 귀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손때묻고 추억이 있는 책을 버리지 못하고 소장해 왔는데,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아끼던 책을 멀리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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