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이란 노래가 트롯 열풍에 일조하며 유행하자, 막걸리가 애주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막걸리는 별칭도 여럿인데, 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면서 지어진 막걸리 예찬의 표현으로 생겨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색깔이 탁하여 탁주나 탁배기, 농사를 지을 때 먹는 술이라고 하여 농주, 거르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은 술이라고 재주, 신맛을 없애기 위해 재를 섞는다고 하여 회주라고 하는 등 다양하다.
막걸리 하면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름이고, 전통적으로 농사지을 때나 시골에서 즐겨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서민적이고 친근감이 있다. 예전에, 대통령이나 고위 인사가 농촌에서 농부들과 막걸리 잔 들이키는 장면은, 지난 시절 잘살아보자는 상징적 모습으로 남아있다.
시골에서 자란 기성세대들은 어릴 때, 부모님 막걸리 심부름도 중 호기심이나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한 모금씩 맛보았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는데, 지난 세월 어려웠던 삶의 한 장면으로 애달프다.
언젠가부터 다른 술보다 막걸리를 선호하고 있는데, 맛도 있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지난 시절 부모님과 고향의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서 아내하고도 한잔 씩 하는데, 아이들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재미도 있고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퇴직하고 친구들하고도 친구 농막에서 즐겨 마시고 있는데 코로나 시대에 안성 맞춤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학창시절 무용담에서부터 세상사는 이야기와 자녀들 자랑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짧고 다음날을 약속하게 된다.
막걸리를 처음으로 맛본 건 고등학교 진학하던 해 어느 날 고향 친구들과 화투놀이 하고서였다. 그때 필자는 배고픈데 과자나 빵을 먹자고 하니까, 친구들은 전에도 마셔본 듯 막걸리가 맛있다고 하며 아랫마을 주막으로 끌고 갔다. 친구들이 먼저 차례대로, 한 대접씩 시범을 보이며 마시고는 마지막으로 따라주어 어쩔 수 없이 마셨는데, 곧바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러웠고 그 야릇했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후 고등학교 진학해서 친구 자취방이나 튀김집과 빵집 별실에서 몰래 마신 추억은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며 지금도 친구들 화제다.
정부에서는 한때 가정에서는 막걸리를 담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고, 쌀이 부족하여 양조장에서 쌀 막걸리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했었다. 그러다 1977년 가을 입사 초년시절, 쌀 막걸리가 나온다 하여 당일 들뜬 기분으로 퇴근 후 선배들과 막걸리를 마신 추억 또한 그립다.
막걸리라는 술은 세계 여러나라에 비슷한 종류의 술이 있는 듯하다.
80년대 중반 태국에 있는 ‘아태 우정연수소’에 연수 중에 다른 나라 친구들과 마신 적이 있는데, 그들 나라에도 막걸리가 있다고 했다.
막걸리는 서민들 애환을 달래 주고 삶을 함께해온 전통술로 고향 같은 친근한 맛이 있으면서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등산이나 운동 후에, 친구들이나 직장 선후배들과 함께 옛이야기 나누며 마시는 막걸리는 삶의 활력소이자 보약 같은 존재다.
요즘 들어 아내가 조금만 줄이라 하고, 애주가이셨던 선친께서도 “술 많이 마시면 등신”이라며 자식들은 적게 마시라고 했던지라 100세 건강을 위해 적당히 마시기로 홀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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