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의 세상이야기

설날의 추억

hsw235 2025. 8. 28. 15:08

무술년 새해 설을 맞았다.

 

설은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로서 가족 간의 뿌리를 찾아 전 국토에서 우리나라 국민 대이동의 장관이 펼쳐지는 국가적 연례행사다.

 

그중에도 설은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가 있고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며 윷놀이 등 민속놀이를 즐기는 풍습으로 명절중 으뜸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대의 변화에 따라 설에 대한 인식과 풍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예전의 설은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나라 최대 축제의 장이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하는 동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어린 시절 하면 마냥 즐겁고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그 당시 하면 가장 기다렸던 것이 무엇보다 가래떡이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라 설 때 맛보는 가래떡은 지금의 그 무엇과도 비견할수 없는 모두가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진찬이었다.

어렵지만 정이 있던 시절이라 가래떡을 먼저 한 집에서는 이웃에게 우선 맛 보라고 나누어 먹곤 하였으니 지금 시대에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던가 생각된다.

 

지금은 떡을 만드는 방앗간도 곳곳에 많이 있지만 그 당시는 1면에 하나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먼저 하려고 새벽같이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 일찍 간다고 가도 밤늦게나 돼야 겨우 떡을 해갖고 오곤 했었다.

밤늦게 해오면 어머니께서는 빨리 자식들 먹이려고 기름소금 만들며 서두르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설날 아침이면 친구들끼리 모여 이집 저집 돌아가며 어른들께 세배를 다니고 음식도 주는 대로 맛있게 먹었다.

오후 되면 여기저기서 윷놀이를 하며 왁자지껄 하기도 하고 초겨울에 물대어 놓은 논에서 썰매와 팽이를 치던 유년시절 설날의 추억이 새롭다.

 

그 시절에도 어른들은 설이 되면 자식들 입힐 옷이며 제수음식 장만하느라 걱정이 태산 같았겠지만 어린 우리들에겐 마냥 즐거움에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그 후 우체국 생활하면서의 설날은 전 직원이 명절 택배 우편물 처리에 구슬땀을 흘리며 힘을 모으던 일과 어려운 이웃이나 복지시설에 선물 갖고 인사 다니던 추억이 남아있다.

 

그토록 아름답던 우리민족 설날 풍습이 언제부터인가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나고 명절 때 해외나 국내 명소로 여행을 떠난다는 보도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씁쓸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평상시에도 음식을 먹고 싶은 대로 골라 먹을 수 있으니 과거세대와는 달리 명절을 대하는 생각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평소 생활하면서 음식 남기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금기시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 배고파 보았고 음식이 귀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삶의 최고가치인 행복을 이야기 할 때 밥 잘 먹으면 행복하다라는 말을 자주하고 있는데 밥을 잘 먹을 수 있다는 건 건강의 표시이므로, 지난시절에 비해 모든 게 풍요로우니 건강하기만 하면 잘 먹으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이란 함축적 표현이다.

 

핵가족화가 되고 세태가 변하다보니 조상을 위하고 섬기는 자세 또한 차이가 많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 탓도 있겠지만 시대의 변화다.

설날이 되면 객지 나가있는 자식들이 부모님계신 고향 찾아 설빔 차려입고 선물 보따리 들고 오던 지난시절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추운 겨울날 우리 집 가래떡이 언제 만들어질 차례가 오나 벌벌 떨며 기다리던 시절이 옛이야기 된지도 오래 되었다.

요즘은 제수음식도 집에서 안 만들고 시장에서 사다 지내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풍요로운 시대다.

 

무술년 설을 보내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어머님이 해주시던 가래떡이 그립고 아쉽지만 우리는 지금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감개무량함을 느낀다.

 

청년 실업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은 물론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과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독거 어르신들도 새해를 맞아 꿈과 희망을 갖고 활기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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