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의 세상이야기

눈 내리는 날이면

hsw235 2025. 12. 10. 18:54

눈이 내린다.

눈을 맞으며 평소대로 저수지를 몇 바퀴 도니 운동량도 많고 기분이 상쾌하다.

 

이번 겨울은 예년에 비해 추위도 더하고 눈이 많이 온다.

눈이 자주 많이 오다 보니 아파트 관리하시는 분들 눈 치우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이들은 주민들 삶의 보금 자리를 지켜주고 돌봐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눈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시각도 개구쟁이 아이들부터 어른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층과 직업에 따라 각기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겪어온 눈에 대한 사연을 연령대나 처한 환경에 따라 살펴보면, 눈에 대한 이미지는 여러가지로 남아 있는데, 즐거움보다는 근심 걱정이 더 많았다.

 

먼저 어릴적 개구쟁이 시절 눈 내리는 날은 환상적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

동네 또래 친구들과 밖에 나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하던 추억이 새롭다.

친구들과 학교 오가면서 장난치며 놀던 모습도 생각나고, 어린시절 눈 내리는 날은 마냥 즐거운 동심의 세계였다.

 

군대 시절 눈 내리는 날이면 어릴적하고는 정반대로, 그 때는 눈하면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어울릴것 같다.

군 입대한지 얼마 안됐던 이등병 시절 강원도 화천의 그해 눈은 엄청나게 많이 자주 왔다.

그 당시는 제설 작업 도구도 변변찮고 가을에 만들어 놓은 싸리비가 고작이었다.

전 부대원들이 모여 치우고 나면 다음 날 또 오고 아주 힘들고 배 고팠는데, 먹을 거라고는 건빵 한봉지가 전부였고 어떤 땐 그것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눈 치우다 힘에 지쳐서 잠깐 쉬는 시간이면, 고참들은 눈요기로 후임병들 닭 싸움이나 씨름을 시켜놓고 즐기곤 했으니, 그때 졸병의 눈 내리는 날은 완전 지옥이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하며 충남 태안에서 3년 근무하는 동안, 주말 부부하며 오갈 때 눈 때문에 여러번 고생한 적이 있어, 그 당시 눈내리는 날은 두려움이었다.

 

지나온 우체국 공직 40년 동안 눈 내리는 날은 근심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우체국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연중 밖에서 근무하는 우편 집배원이 있기 때문이다.

우편 집배원은 눈 비가 오면 우선 우편물이 젖지 않도록,포장 하는게 일차적 책무로서 시간도 추가 소요되고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배달 중에 넘어지지 않는 게 상책인데, 겨울 빙판길에는 크고 작은 사고로 많은 직원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우체국장 하면서 항시 일기에 민감했고 직원들이 안전하게 귀국해야만 안심하고 반가운 인사 나누며 마음 놓고 퇴근할 수가 있었다.

 

이렇듯 눈 내리는 날은 남녀노소 또는 자기 직업에 따라 보는 시각이 각기 다르다.

누구에게는 즐거움이나 낭만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고통과 두려움이 되기도 하는 게 눈이다.

 

눈을 맞으며 지나온 시절 눈 내리는 날을 회상해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눈 내리는 날이면 어려움에 있는 사람도 안전에 유의하면서 농자 천하지대본이라고 눈이 많이오면, 풍년이 든다 하니 농부의 마음으로 긍정의 시각으로 맞이하면 좋겠다.

 

                                       2018년    1월    26일  충청매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