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의 세상이야기

느티나무 추억

hsw235 2025. 8. 25. 15:58

어릴 적 그늘막이 쉼터였던 시골동네 느티나무는 고향의 상징이자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추억의 향수다.

 

예로부터 느티나무는 장수목으로 크고 수형이 넓게 고루 퍼지어 전국의 시골 동네마다 정자나무로 많이 심어져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그 지역 역사의 산증인으로 믿고 있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서 늙어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유일한 생명체가 나무이고 그중 나무의 황제 느티나무가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는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였고 기성세대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대부분 느티나무 아래서의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곳은 누구나 밤낮없이 아무 때나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센터 역할을 했고 햇빛을 가리고 소나기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는 마을사람들 공동의 공간으로서 따뜻한 정이 오가는 만남의 장소였다.

 

단오 때면 볏짚으로 굵고 커다란 새끼를 꼬아 그네를 매달아 놓고 동네 사람들 남녀노소 모두 나와 번갈아 가며 누가 잘 타나 내기도 하면서 시골정취와 낭만을 즐겼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끼리 모여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둘러앉아 농사짓는 얘기와 객지나간 자식들 소원과 자랑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며 오순도순 살았다.

 

행인들은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길을 묻거나 누구네 집 안부도 물어가며 소식을 주고받는 정보의 광장 역할도 했다.

 

그 시절 원거리에서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전거나 도보였기 때문에 군데군데 마을 어귀 느티나무는 천금 같은 보금자리로서 달콤한 휴식과 친구나 선후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각자의 꿈과 낭만을 그리는 아지트였다.

 

특히, 필자의 평생 동지인 우체국집배원들에게 느티나무는 우편물전달 센터였다.

그 당시 편지는 유일한 통신수단이었기 때문에 우편집배원이 올 시간이면 마을사람들은 하나둘 느티나무로 모였고 요즘과 달리 우편집배원은 남녀노소 모두가 기다리는 사랑의 전령사였다.

그 시절 편지는 군에 간 아들의 안부 소식과 시집간 딸의 잘살고 있다는 반가운 편지에서부터 연인 간에 주고받는 연서편지와 친인척들 삶의 소식은 고단한 일상에 청량제 역할을 했다.

 

이렇듯 느티나무는 일반 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여 왔기에 기성세대들에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의 나무다.

한편, 느티나무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곧게 자라는 줄기는 굳은 의지를, 넓게 고루 퍼지는 가지는 질서를, 그리고 곱게 밑으로 펼쳐진 잎은 예의를 암시해주고 있다.

느티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관상의 가치가 높아 공원이나 학교 등 공공장소와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

 

필자가 숲 해설가로 근무하고 있는 상당산성에도 저수지 주변을 비롯하여 느티나무가 많이 심어져 자라고 있는데 산성을 찾는 등산객들이나 탐방객들에게 시원한 그늘 막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 쉬고 뛰놀던 느티나무는 영원한 고향의 상징이고 추억의 향수로서 그 모습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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